과학은 저작권에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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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C) 2001 리차드 스톨만 (1)

한국어 번역: 2002년 5월 10일 송창훈 <chsong@gn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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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저술은 과학 지식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며, 이러한 저술을 싣는 과학 저널은 지식의 전파를 돕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공리여야 합니다. 따라서 과학 저술의 이용에 관한 법규는 이러한 목적을 지원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법규로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저작권입니다. 인쇄술이 부흥하던 시기에 성립된 저작권은, 본질적으로 출판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출판업자들은 저작물을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권한을 저작권을 통해 저자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었고,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저작권이 해롭게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작권은 단지 출판을 제한하는 것이고 책을 인쇄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 독자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작권으로 인해 저작권이 없던 시절보다 책값이 조금 올랐다고 해도 그것은 어차피 지불해야 할 돈이 조금 늘어난 것일 뿐이었습니다. 저작권은 대중에게 거의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공공에 이롭게 작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컴퓨터와 네트워크라는 정보의 새로운 배포 방식이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정보 기술의 장점은 소프트웨어는 물론 녹음물과 서적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보다 쉽게 복제하고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입니다. 네트워크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에 무제한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저작권이 설정된 정보를 공유한 사람은, 법률적으로 말해서 저작권 침해자인 셈입니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출판업자들에 대한 하나의 산업 법규로 정해졌던 저작권은 원래의 의도와 달리 하나의 제약이 되어버렸습니다.

같은 맥락에 의해서 인쇄술의 시대에 저널 논문에 대한 저작권은 오직 저널을 출판하는 출판업자에게만 제한적인 것이었습니다.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허가를 얻어야 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표절이 됐습니다. 저작권은 과학자나 학생 그리고 저자와 독자 각각의 필요한 작업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지식의 전파를 돕도록 작용하는, 그 시대에 적합한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 기술이 발전한 현 시점에 있어서 과학 논문과 지식을 웹에서 최대로 전파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논문들은 마땅히 독점적이지 않은 형태로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배포되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은 논문을 미러링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논문의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 한 파일의 속성을 적절히 바꿀수 있고 이를 재출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은 논문이 전자적 형태로 배포될 때 미래의 논문뿐 아니라 과거의 논문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널이 종이의 형태로 출판될 때는 현재의 저작권법을 수정하지 않고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왜냐하면 종이로 출판되는 저널에는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이 글을 시작할 때 제기한 공리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많은 저널 출판업자들은 과학 논문을,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저널을 구입할 수 있거나 미래의 구입자가 될 사람들에게 웹으로 논문을 단순 열람하는 것조차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입니다. 또한 출판업자들은 이러한 제한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출판에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을 내세워서 과학자들이 과학 저널을 위한 새로운 법규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적 협력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자유로운 접근을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뿐 아니라 출판업자들을 잘못 인도하고 있는 잘못된 생각들을 근본적으로 거부해야 합니다.

저널 출판업자들은 때때로 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값 비싸고 강력한 성능의 서버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 접근에 따른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문제를 자체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데서 나온 결과입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에게 미러링을 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한다면, 전세계 도처의 도서관에서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미러 사이트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이러한 분권화된 해결책은 빠른 속도의 접근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의 대역폭을 줄일 수 있으면서, 사고로 인한 자료의 손실에 대해서도 좋은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출판업자들은 웹 문서를 편집하는 사람에게 급여를 지불하기 위해서 접근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편집자에게 급여를 지불해야 한다는 가정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접근 비용을 받아야 할 정도의 요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논문 한편의 편집 비용은 해당 논문이 나오는데 소요된 연구비의 1%에서 3% 정도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작은 비율은 결과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시키기 힘듭니다.

그 대신 편집 비용은 다른 방법으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편집 비용을 연구 후원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저자에게 페이지당 편집비를 청구하는 것입니다. 연구 후원자들은 현재에도 대학 도서관이 해당 논문을 정기 구독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보다 성가신 방법으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편집 비용을 연구 후원자에게 부담시키는 보다 경제적인 모델을 채택함으로써 웹 저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해야 할 명백한 필요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연구기관이나 기업과 관계를 맺고있지 않거나 연구 후원자가 없는 저자에게는 페이지당 편집 비용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비용은 연구 후원자를 갖고 있는 저자들에 의해 충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 출판물에 대해 접근 비용을 징수하는 것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또하나의 이유는 기존의 인쇄 자료들을 온라인 형태로 변환하는데 따른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변환 작업에 비용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결과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기금을 모으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변환 작업 그 자체는 이제 더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고 비용이 높지도 않습니다. 기껏 디지털화를 해 놓은 아카이브를 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으로 허비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멸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 연방 헌법에는 저작권이 과학의 진보를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저작권이 과학의 진보를 방해한다면 과학은 마땅히 저작권을 물리쳐야 합니다!


(1) 리차드 스톨만GNU 프로젝트의 설립자입니다. GNU 프로젝트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해서 1984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GNU는 자유 소프트웨어입니다. 누구든지 GNU를 자유롭게 복제하거나 재배포할 수 있으며 또한 어떠한 부분도 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GNU/리눅스 시스템은 GNU 시스템과 리눅스 커널이 결합된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약 1천7백만에서 2천만명 가량의 사용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차드 스톨만은 1990년에 맥아더 연구 기금(MacArthur Foundation Fellowship)을 수여받은 바 있습니다.